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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발] 정치검찰, 너에게 새 이름을 붙여주마 / 김이택

[한겨레] 자기 밥그릇 넘보는 자는 피를 봐서라도 보복하고, 권력에 줄 대며, 
칼을 주로 쓰는 닮은 집단이 있다.   
기사입력 2012-03-01 19:55 

노무현 정부 초기 ‘검사와의 대화’ 직후 ‘검사스럽다’는 말이 유행했다. 지금도 네이버 전자사전을 치면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단연 ‘정치검찰’의 활약이 눈부시다. 별명도 따로 지어줘야 한다. 뭐가 어울릴까?

정치검찰의 특징부터 보자. 우선 ‘줄서기’에 능하다. 어디에 ‘힘’이 있는지 귀신같이 알아내는 것은 필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해야 살아남는다는 게 몸으로 익힌 생존 철학이다. 그래서 이 정부 초기 인사권자의 의중을 헤아려 끈 떨어진 이전 정권 인사들에게 그렇게 가혹하게 칼질을 해댔다.

일단 가야 할 길이 보이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겁없이 덤비는 자들에 대해선 정치권이고 언론계고 영역 불문에다 수단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안마시술소 카드사용 내역도 무기로 삼고, 사돈의 팔촌까지 친인척을 불러다 조지는 건 기본이다. 형평이고 정의고 다 부질없는 소리, 남들의 손가락질에도 눈 질끈 감고 잠시의 쪽팔림만 참아내면 된다. 몸을 던진 만큼 응분의 보상이 주어지는 ‘기브 앤 테이크’는 이 바닥 거래의 기본이기 때문. 그래서 <피디수첩> 피디들을 기소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의 요직을 꿰찼고,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배임죄로 엮은 부장검사도 다음 인사에서 법무부로 영전했다. 그 위의 차장검사들 역시 법무부와 대검의 요직으로 발탁돼 갔다. 무리한 수사로 무죄가 나와도, 조직 내부에서조차 손가락질을 해도 확실하게 뒤를 보장받았다. 이보다 더 믿을만한 거래가 어디 있겠는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르다는 것도 이들의 특징. 조직이 침탈당하는데 가만있으면 칼잡이의 도리가 아니다. 이 한몸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 검찰 조직 손보겠다는 야당에 적극 동조했던 여당 의원을 겨냥해 총선 코앞에 성매매 사건을 다시 들춰내는 지저분한 일에도 망설임이 없다. 비명에 간 전직 대통령 딸을 향해 욕먹을 각오 하고 다시 칼을 빼든 것도 다 조직 보호를 위한 일이다. 총선 뒤 우리 조직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데 그런 야당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일. 칼잡이 최고수들이 모인 대검 중수부가 총대를 메는 게 당연하다.

자기 밥그릇, 즉 ‘나와바리’를 넘보는 자는 피를 봐서라도 보복하고, 이권 지키려 힘센 권력에 줄 대는 건 당연시하며, 큰 칼을 주무기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들과 꼭 닮은 집단이 대한민국에 딱 하나 있다. 어렵다는 사법시험 패스하고, 때로는 남의 눈총을 받아가며 넉넉잖은 월급에도 밤샘을 일삼아 하는 대다수 검사들까지 매도될까 차마 그 이름은 붙여주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무모한 칼질 끝에 부엉이바위 아래 아직도 핏자국이 선연한데 3년상도 지나지 않아 그 유가족을 인질로 잡겠다고 다시 나선 정치검사들은 검사로서의 금도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도 상실했다고 나는 본다.

‘조폭 검찰’, 그들에겐 그 이름조차 아깝다. 영화 <친구>의 조폭 두목(유오성)도 “쪽팔리기 싫어서” 구차한 변명 늘어놓지 않고 중형을 감수했다. 조폭 사회에서도 선을 넘거나 의리를 저버린 삼류 조폭에겐 다른 이름을 붙여준다. 양아치라고. 유오성이 선생님한테 맞을 때 내뱉던 그 양아치 말이다.

그러나 칼도 잘못 쓰면 결국 자기가 당하는 법. 양아치들이 벌건 대낮에 여의도 한복판에 뛰어들어 큰 칼을 마구 휘두르는데 가만히 두고 볼 국민이 어디 있는가. 잠시 겁먹은 것 같아도, 속은 것을 알면 그 칼이 바로 그대들을 향할 것이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Posted by America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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